캄보디아 더구나 앙코르 유적지 관광만을 위한 여행인데 앙코르의 백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 세계7대 불가사의로 알려진 앙코르와트에 대한 글을 가장 먼저 써야 옳았다. 그러나 세계사 교과서에서 맛보기용으로 훑고 지난 크메르역사를 자세히 모르니 자연 뒤로 물러난 형국이다. 차라리 앙코르에 대한 쓰지 않고 다른 것을 언급하면 좋기도 할 터인데 앙코르를 제쳐두고 마감한다는 것이 그렇기도 하여 한 번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기도 하여 대충 얼버무리는 차원에서 글을 써보고자 한다.
그래서 현지가이드에게 들은 얘기를 중점에 두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자료를 대충 끌어와 누더기 옷 깁듯 구성하기로 한다. 틀리고 맞는 문제는 독자들이 더 잘 알 터이고 모르는 부분은 책이나 매체를 통하여 확인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러나 그 역시 옳고 그름의 정확한 판단은 당시 시대로 거슬러 가는 일 밖에 없다. 이를테면 수많은 역사학자들이 앙코르와트가 사원이니, 정문이 서쪽으로 난 것을 고려하여 무덤이었을 것으로 추측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형국이 이럴 지언데 크메르대제국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문외한 주제에 그저 대충 보고 느낀 점이나 께적거리면 당상일 것이다.
앙코르 유적지(앙코르톰과 앙코르와트)는 11세기 크메르족이 세운 건축물이다. 인도차이나 반도에 앙코르와 같은 유적지가 2천개나 산재되고 씨엠립 도시인근에 1천여 개나 있다니 크메르 대제국의 번영과 힘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크메르대제국도 로마제국처럼 320년 번영기를 뒤로 하고 멸망하는데 그 원인이 왕족이나 귀족들의 부역 동원에서 발단되었다 한다. 민초들의 반기로 외세에 대한 무저항 투항에 의한 멸망이었다하니 자고로 나라의 흥망성쇠는 국민에게 달려 있는 법, 지도자는 국민을 하늘처럼 모셔야 한다. 종처럼, 노예처럼 부리다간 결국은 멸망의 길로 이른다는 것은 동서고금 만고의 진리다.
앙코르와트는 1112년 시작해 38년이 걸렸다. 앙코르 와트는 비슈누 신에게 헌정된 힌두교 사원이다. 당시 크메르에는 힌두교와 불교가 같이 전래되었다. 우리의 개신교가 타 종교를 철저히 배척하는 것과 달리 두 종교는 상호 절충주의를 채택하였다. 앙코르와트는 앙코르 유적지 중에서 가장 크고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 크메르 건축 예술의 극치를 이루는 역사적인 건축물인데 직접 보고 만져본 느낌으로는 우리의 고대 건축물은 잽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앙코르와트를 처음 발견한 프랑스인은 소감을 이렇게 일기에 적었다. “솔로몬 왕의 신전에 버금가고, 미켈란젤로와 같이 뛰어난 조각가 세운 앙코르와트, 이것은 고대 그리스인, 로마인이 세운 것보다도 더 장엄하다.”앙코르와트는 그 크기와 완전 대칭이 되는 구조와 균형, 설계 기술, 조각과 부조 등은 한마디로 완벽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앙코르와트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유일 게다.
그 아름다운 사원을 무슨 연유인지 가이드는 정문을 비껴 동쪽 모퉁이부터 안내를 시작한다. 날씨가 갑자기 더워진 이유 때문인지, 과일을 수시로 먹으며 다니자는 의견을 수용해서인지 알 수 없지만 정면 마당을 우측으로 가로 질러 한 가게에 도착한 후 야자수와 찬 음료를 일행에게 권하며 앙코르와트에 대한 긴 설명이 있었다. 그리곤 동쪽 모퉁이부터 관람은 시작되었는데 그나마도 일행 사진촬영으로 인해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하였다. 나중에 여행의 참맛에 대해 이번 여행을 결산하며 다시 언급할 예정이지만 일주일 내내 보아도 실증나지 않을 터인데 종일은커녕 오전시간에 끝내는 앙코르 유적지이었으니 추후 기회가 된다면 느긋하게 다시 봐야 할 것이다.
앙코르 유적지는 너무 크고 볼거리가 방대하여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앙코르와트 부조만 보기만 해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야자수를 마시고 동쪽 모퉁이에 도착하니 늘 사진에서만 보아오던 부조가 한 눈에 띈다. 부조는 회랑 남쪽과 동쪽 벽면을 따라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히 새겨져 있다. 하나하나 정교하게도 새겼다. 질서가 있고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동감마저 묻어 나온다. 크메르 대제국의 천지창조 신화부터 종교(경전), 역사, 윤리, 전투장면 등 역사적 사실과 함께 극락과 지옥을 새겨 살아생전 좋은 일을 많이 하라는 소승불교식 권선징악의 이야기를 총 망라한 것들이다. 수많은 신들과 6억 명이 넘는 압사라 하나마다의 해석을 통해 설명서를 통해 부조를 보고 이해하려면 몇 년의 세월이 걸릴 정도로 방대한 양이다.
전투장면에서는 용병들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인다. 오늘날이나 예전이나 용병의 애환은 참으로 안타깝다. 더구나 남 나라 전쟁에 용병으로 나서 전장으로 떠나는 이들의 눈물이야 오죽 하겠는가. 부조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춘 것도 있지만 좀 더 높은 곳과 상단까지도 빼곡하다. 시간 관계상 남쪽벽면 일부와 동쪽 벽면을 보았지만 부조를 본 것은 참으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아름다운 부조가 세상 또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부조와 조각은 앙코르와트 상층부인 신계로 이어진다.
사원 자체가 너무 거대하여 내부를 다니면서 앙코르와트의 설계구조를 이해하기에는 매우 힘들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들로 한정하는 수밖에 없다. 부조를 보고 나오면 몇 계단 오른 후 휘돌아 나오면 또 다시 계단이 보인다. 이 계단을 오르면 탑 부근이 나오는데 신들 세계 즉 신계에 오를 수 있다. 계단은 지난 번 잠깐 언급하였듯이 인간이 오르기는 매우 부적절하다. 발 디딜 폭이 극히 작을뿐더러 급경사로 인해 사람이 쉽게 오르내릴 목적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법하다. 오히려 인간의 접근을 막거나 어렵게 하기 위해 만들어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계단은 사용목적은 단 하나, 신들을 위한 계단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혹 오른다고 가정하면 사지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는 허리를 숙여 신께 절을 하며 올라야 한다.
신계의 탑은 연꽃을 형상한 모습이다. 그 탑에는 수많은 조각과 부조들이 빼곡하다. 또한 수많은 기둥들이 세워져 있으며 문 속에 문이 있는 형상으로 지어져 있다. 앙코르와트는 우주의 축소판으로, 지상에 있는 우주의 모형이란다. 이는 이집트 파라오가 신이자 우주의 중심이었던 것 같은 맥락이다. 중앙탑은 별자리 용자리 중 가장 밝은 별과 일직선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미스터리이며 신비주의적이다. 이집트 피라미드가 오리온자리의 크기와 정확히 일치하고 삼태성의 위치와 동일하다고 하는데 앙코르와트 역시 용자리와 일치한다고 한다. 참으로 신기하다. 또한 앙코르와트로 들어서기 위핸 해자를 건너야 하는데 이 해자는 우주의 바다를 상징한다고 한다. 건기 때 앙코르와트를 건축 중 우기를 만나며 두 번이나 무너졌다고 한다. 실패의 원인을 찾아 이 해자를 만들었다한다. 그러니 앙코르와트는 늘 물속에 있는 셈이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하나는 앙코르와트 지하는 비밀의 방들이 수없이 많다고 한다. 한 번 들어가면 주검이 되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하는데 이는 이집트 피라미드, 포탈라 또한 같은 구조라고 한다. 그래서 1층 안쪽으론 얼씬도 못하게 이유이기도 할듯하다. 현재 앙코르유적지는 훼손이 큰 상태이다. 자야바르만 8세가 즉위하며 힌두교 시바파가 수많은 불상들을 파괴하였고, 프랑스인에게 처음 발견되기 시작하여 수많은 부장품들이 해외로 반출되거나, 내전 때 앙코르와트를 낮에는 정부군, 밤에는 반군이 이용하며 많은 훼손이 이어져 퍼즐을 맞추기가 어려운 실정이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름다운 유적들은 여기저기 무너진 채 보수를 기다리거나 기껏 보수한 것들은 색감과 질감마저 다르게 땜질식 보수되어 참으로 아쉽다. 허술한 임시처방으로 보수한 부분이 떨어져나가며 철근이 드러난 곳도 부지기수다.
보수문제는 단순히 캄보디아 문화재 당국에게만 맡길 수는 없다. 앙코르 유적지는 캄보디아 것만은 아니다. 세계인의 것이다. 시방서는 없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만큼 세계 각국의 복구전문가들이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현재 유적지 훼손의 주범이 된 무화과나무(스펑나무) 처리방법(현재 발육금지 주사 중)을 포함하여 앙코르 유적지를 되살리는 방법을 처음부터 재구상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앙코르 유적지는 온전한 모습으로, 그도 아니라면 근사치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
비록 수박 겉핥기식의 앙코르유적지 탐방이었지만 하나의 결론은 낼 수 있다. 百聞而不如一見. 직접 보지 않고서야 무슨 말을 하랴.
(아래 바이욘사원)
해자 다리 善神
惡神
(아래 타프롬 사원)
(아래 앙코르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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