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깨볶는 고소한 냄새

파워맘 2013. 4. 12. 14:47

어제 집 현관문을 여는데 깨볶는 고소한 냄새가 집안 가득하다.

웬일일까?

요즘은 나 외에 집안일 할 사람이 없는데......

주방쪽을 보니 시어머니께서 쭈구리고 앉아 볶은 깨를 절구에 찧고 계신다.

놀라워라.

작년 12월 31일에 벽에 부딪쳐 넘어지신 이 후 1달여를 침대로 밥을 날라야 했고 오늘날까지 경로당에나 간신히 가시는 상태였는데.

덕분에 안하던 집안 청소도 내 차지, 어머니 목욕도 내가 아니면 안 되었으며 내겐 아주 멀었던 김치담그기까지 해야했고......

너무나 편하고 걱정 없이 두딸을 키우면서 난 한 번도 예방접종이란 것도 내가 데려가 맞히지 않았었고 딱 한 번 큰딸 감기 걸렸을때 소아과에 간 기억밖에는 없다.

그렇게 모든 살림과 아이키우는 것을 전담하시던 어머니께서 80세가 넘어가면서 서서히 집안일에 힘 겨워 하시더니 89세인 지금의 상태는 자신의 밥을 차려드시지도 못하는 상태셨는데.

그래서 내가 여행가면 작은딸이 저녁마다 와서 진지를 드리곤 했었는데.

 (집안 일 절대 안하는 남편인지라)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이제는 외출하면서 "뚝배기 밥 해서 드세요" 라고 말씀드리고 나갈수 있게 되었으니.

자신의 손으로 밥도 차려드시고 내가 볶아서 덜 고소한 깨도 다시 볶아 찧으시게 되었으니 정말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며칠 전 무우 4개를 사다 놓고서(경로당 할머니께 사다달라고 하셨음) 깍뚜기를 하고 싶은데 손이 아파 못 한다고 하셨는데 깍뚜기까지 하실 수 있으려나?

깍뚜기를 본인이 직접 하시고서 며느리가 한 깍뚜기에 비해 훨씬 맛있다는 소리를 들으며 기분 좋아하실 시어머니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